전통을 지키며 혁신을 이어가는 일본 제일의 장어 장인-1

전통을 지키며 혁신을 이어가는 일본 제일의 장어 장인

창업 90년의 이나카안(田舎庵) 4대째인 “오가타 다이”씨를 취재하였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장어요리, 그리고 일본 제일이라고 일컬어지는 기술을 취재하였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창업 90년 전통의 명가

기타큐슈시 고쿠라. 이자마야와 바, 스낵바가 즐비한 번화가의 한켠에 차분한 일본풍 정서가 느껴지는 가게가 있다. 처마 위의 나무 간판에 새겨져 있는 “이나카안(田舎庵)”이라는 글자. 맑고 새하얀 삼베 휘장 막을 걷고 격자 미닫이문을 열면, 양념이 태우는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1926년에 창업한 장어요리 전문점 “이나카안”은 현재 3대째인 “오가타 히로시”씨로부터 대를 이은 장남 “오가타 다이”씨가 운영하고 있다. 선대의 오가타 히로시씨는 장어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인정받아 “장어의 신”이라고 불리었으며, 일본 각지의 미디어에 소개되고, 해외에서도 초대받을 정도의 명인이다.

이 날, TV촬영 때문에 자리를 비운 히로시씨를 대신하여 4대째를 이어받은 오가타 다이씨가 안내를 해주었다.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일단 보시죠”라고 말하면서 안내한 조리장에서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큼직한 장어가 나무통 안에서 힘차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중 한마리를 붙잡아서 조리용 송곳으로 고정하더니 가슴지느러미 부근에 칼집을 넣고 한 번에 배를 갈라간다. 깔끔하게 열린 뱃속에서 간을 제거하고 뼈를 따라 칼날을 움직이자 순식간에 살과 뼈, 내장으로 분리되었다. 그에 걸린 시간은 겨우 수십 초. 시작부터 펼쳐지는 장인의 기술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 업계에서는 “꼬치 3년, 해체 8년, 굽기는 평생”이라는 말이 있다. 한 사람 몫을 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수련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실제로는 매일 연습하면 3년 정도 걸려서 꼬치꿰기와 해체가 가능하게 됩니다. 저는 칼을 잡은 지 13년이 지난 지금도 한 사람 몫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말이죠”라고 말하는 오가타 다이씨.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면서도 눈앞의 장어를 능숙하게 처리해 나간다. 균등한 길이로 잘린 살을 늘어놓고 길이 40센티 정도의 금속 꼬치를 12개 찔러넣더니 “그럼 굽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숯불 앞에 섰다.


가바야키의 비법 “장어에게 불을 먹인다”

일본 전국에 있는 수많은 장어 요리집 중에서 “이나카안이 일본제일”이라고 칭송하는 미식가들이 많은 이유는 그 독특한 굽는 방법에 있다.

오가타 다이씨는 부채모양으로 금속 꼬치를 꽂은 장어를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리드미컬하게 꺾어가며 숯불을 쐬인다. 장어의 겉면이 구워지면 도중에 찬물을 뿌려서 껍질 부분에 금속 꼬치를 푹푹 찌르면서 구워나간다. “뒤집으면서 굽기” “도중에 찬물 뿌리기” “금속 꼬치를 찌른다”라는 3가지 공정은 이나카안만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다른 가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장어껍질은 2중으로 되어 있고 안쪽은 젤라틴 질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흐물흐물한 식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입니다. 장어를 꺾으면 껍질에 균열이 생겨서 이 젤라틴 질이 녹아내리게 됩니다. 녹아내린 기름이 장어 전체에 스며들 수 있도록 천천히 굽습니다. 그러면 장어의 맛을 남김없이 살릴 수 있게 되는 거죠”

도중에 찬물을 뿌리는 이유는?

“저희 가게에서는 장어를 숯이 되기 직전까지 약 30분에 걸쳐 철저하게 구워냅니다. 시간이 걸리므로 껍질이 살이 얇은 부분은 타지 않도록 찬물로 온도를 낮춰가며 굽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살이 두툼한 부분까지 균일하게 구워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구울 때, 살의 형태가 망가지지 않도록 금속 꼬치로 껍질을 찔러가며 형태를 잡아간다고 한다.

굽는 방법뿐 아니라, 양념을 뿌리는 방법에도 독자적인 기술이 사용된다. 일반적으로는 구워낸 장어를 양념에 빠뜨린 뒤, 다시 한번 구이판에 올린다. 하지만 이나카안에서는 구이판에 올려진 채로 직접 양념을 바른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양념에 바뜨렸을 때 장어의 온도가 내려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또 하나는 장어에 연기를 쬐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양념을 바르면 떨어지는 기름이 숯불에 타서 연기가 단번에 올라옵니다. 그 연기가 마치 훈제처럼 장어를 감싸면서 향이 배어서 더욱 맛있어지는 거죠”


구울 때의 3가지 공정과 마무리 양념장. 독자적인 기술로 잡내와 껍질의 식감을 제거하고, 장어의 맛만 남기는 일본 제일의 가바야키가 완성되었다.


에도시대로부터 수백년간 이어져 내려온 풍습 (1603~1867)

등부터 갈라서 구운 뒤에 찌는 “관동 스타일” 배부터 갈라서 굽는 “관서 스타일” 등 조리법이 지역마다 차이가 나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관동에서는 무사 문화의 영향이 강하여 “배를 가르는 (할복) 것을 피하여 등부터 가르게 되었다”라는 설이 있으나 실제로는 관동에서 자란 장어의 잡내를 없애기 위하여 찌는 공정을 추가한 결과 “장어 살이 잘 허물어지지 않아서 등을 가르게 되었다”라는 것이 정설이다.

장어 가바야키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에도시대 중기에서 후기. 그 배경에는 조미료의 발전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간장의 그윽한 향과 미림의 달콤함이 어우러진 양념장은 에도 서민을 매료시켰고, 그로 인하여 가바야키의 가게가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장어의 인기에 불을 지핀 것이 “에레키테루(정전기 발생기)”를 발명한 양학자 “히라가 겐나이”이다.

본디 장어는 다른 생선들과 동일하게 살이 오르는 겨울이 제철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여름철 매상이 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장어가게들의 상담을 받게 된 히라가 겐나이는 입구에 “오늘은 복날(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이라고 벽보를 붙여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으며 “도요노우시노히의 복날에는 영양이 풍부한 장어를 먹으면 여름철 더위도 물리칠 수 있다”라는 풍습이 퍼지게 되었다.

“우시노히(丑の日)”는 중국의 12간지에 의한 12일 주기 중 하나이다.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란 7월 19일부터 8월 7일까지의 기간에 찾아오는 “축일(丑の日)”을 말한다.

실제로 영양학적인 관점에서도 장어는 몸의 저항력을 높여주는 비타민A나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B1을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다. 에도시대의 양학자가 사용한 방편은 영양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도요노우시노히의 복날에는 장어를 먹는다” 라는 풍습을 남기게 된 것이다.


천연에 뒤지지 않는 장어 만들기

장어는 300년 이상 이어져 오는 식문화지만, 그 전통을 지탱해주는 업계는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일본의 천연 장어의 어획량은 최근 50년간 2,000톤 이상이나 감소하였다. 현재는 유통되고 있는 99%가 양식 장어이다. 일본에서 장어 양식이 시작된 것은 1879년이었다. 1955년 전후까지는 천연 장어가 풍부했으나, 그즈음부터 어획량이 격감하면서 양식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현재는 천연 장어는 고급으로 취급되며 장어의 치어의 경우 1킬로당 300만엔까지 급등하였다. (2021년 12월 시점에 약 26,000달러) 이러한 와중에 이나카안에서는 많은 분들이 맛있는 장어를 드실 수 있도록 품질이 좋은 장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장어 양식업자나 도매업자와 관계를 쌓아오고 있다. 

매입처 중 하나인 고쿠라에서 차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유쿠하시시 미노시마에 있는 어장이다. 이곳에서 20년 가깝게 도매업을 하고 있는 “모리바야시 야스지”씨는 “장어는 기른 장소에 따라 맛이 다르다”라고 말한다.


“깨끗한 물에서 자란 장어는 맛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물이 깨끗한 장소인 경우 조류만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담백한 맛이 됩니다. 물이 조금 탁한 듯한 하구 지역에서는 바지락이나 맛조개, 새우와 게 등의 바다생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맛이 깊은 장어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이 어장에서는 천연 장어를 취급하고 있지만, 천연의 맛에도 지지 않을 정도로 맛이 좋은 양식 장어도 있다. 또 하나의 매입처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에 있는 양식장에서는 수조가 아니라 연못을 파서 수온을 조절하지 않는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사육하고 있다. 그러한 장소에서 자란 장어는 살이 탱탱하고 맛이 좋아서 천연 장어에도 뒤지지 않는다.


“흔히 어른들로부터 “옛날 장어는 맛있었지”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하지만 천연 장어가 줄었기 때문에 맛있는 장어를 먹을 수 없게 된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2014년에 아버지와 장어 양식업자분들과 함께 일본 제일의 장어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발족하였습니다. 천연보다도 맛있는 양식 장어의 사육에 도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가타 다이씨)


세계로 뻗어가는 장어 장인

오가타씨 부자는 1년에 한 번, 이탈리아 북부의 마을인 코마키오에서 초대장을 받고 있다. 장어의 명산지인 코마키오에서는 매년 9월 하순에서 10월 초에 걸쳐 온마을에 성대하게 장어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수년 전, 지인의 소개로 방문한 이래로, 매년 방문하여 일본의 장어요리를 선보이다가, 드디어는 시장이 직접 마중까지 나와줄 지경에 이르렀다.


“어떤 문헌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도 장어를 먹었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일본의 가바야키와 매우 흡사합니다. 등에서부터 갈라서 생선장과 꿀, 후추, 와인과 허브로 맛을 내었다고 합니다. 생선장은 간장, 꿀의 단맛과 와인의 알코올은 미림, 허브는 산초인 것입니다. 그러한 배경을 생각해보면 유럽에서는 가바야키의 맛을 친근하게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하여 해외여행이 어려워졌지만 이전에는 이탈리아 코마키오에서도 “요리 교실을 열어달라”라는 요청을 받았었다고 한다.

앞으로 해외여행의 규제가 풀리면, 더욱 더 활약을 하게 될 것이리라. 300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의 전통적인 음식문화를 이나카안은 독자적인 스타일로 승화시켜, 그 무대를 세계로 넓혀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고 있다.


<프로필 >

이나카안(田舎庵)

오가타 다이 (Dai Ogata)

“이나카안” 4대째 점주. 증조부가 창업한 가게를 이어받아 해외를 향해 일본요리인 장어의 정보를 발신하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나카안

기타큐슈시 고쿠라키타구 가지마치 1-1-13
 

093-551-0851
 

 

인터뷰와 텍스트 : Sakiko Kobayashi (Chikara)
번역 : Aaron Schwarz
사진 : Kazuiro Kazu
프로젝트 디렉터 : Chik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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