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열정을 끊임없이 불태우다-1

자그마한 정열을 끊임없이 불태우는

창업 91년의 한노 히데시마의 2대째 “히데시마 도오루”씨를 인터뷰. 도장의 매력에서부터 일본어의 깊이, 일본인의 멋을 전하는 장인의 마음을 취재하였습니다.


창업 90년 이상, 일본 제일의 도장집

후쿠오카시 히가시구에 있는 일본 3대 하치만 중 하나인 “하코자키구”. 정면의 참배 길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면 일본 제일의 상품 수를 자랑하는 도장 가게 “한노 히데시마”가 있다.

*하치만(八幡): 일본 신도의 궁도와 전쟁의 신을 모시는 신사로, 대략 서력 270년부터 310년에 걸쳐 재위한 오진 천황의 영혼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당신, 이름은?”

그 물음에 답하자 가게 주인은 낡은 펜을 손에 들고 근처에 있던 종이에 이름을 적는다. 그리곤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 회중전등을 손에 들었다. 그가 향한 곳은 벽 한 면에 만들어진 선반.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은 선반에는 벌집처럼 빼곡하게 약 10만 개 이상의 도장이 들어차 있다. 그는 회중전등의 불빛을 의지하여 익숙한 듯 고작 수십 초 만에 한 개의 도장을 찾아서는 작은 소리로 “여기 있군”이라며 중얼거린다.


1931년, 초대 히데시마 미노루(秀島年)가 히데시마 도장집(秀島印舗)으로 창업. 현재의 주인인 2대째 히데시마 도오루(秀島徹)씨가 선대인 아버지로부터 상호를 물려받은 것이 1972년, 25세. 기계로 도장을 파는 것이 일반화된 즈음이었다. 철이 들 무렵부터 조각칼을 들고 아버지의 모습을 따라 하며 기술을 훔친 도오루씨는 기계로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자신이 좋아하는 손으로 조각하는 기술을 추구하고자 생각하게 되었다. 사업의 주축을 도장을 디자인하는 메이커로 바꾸었다.

일본 전통문화의 하나인 “도장”에 얽힌 역사를 조사하다 점점 더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문자보다도 종이보다도 먼저 탄생했던 물건

도장의 기원은 기원전 약 3,500년 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 문자 “쐐기문자”가 발견되기 500년 이상 이전부터 “원통인장”이라고 불리우는 도장이 부적의 의미를 담아 사용되고 있었다. 그 뒤, 아프리카, 유럽 대륙을 북쪽으로 넘어, 실크로드를 거쳐 중국으로. 중국에서는 “납석”이라는 가공하기 좋은 도장재료가 풍부하게 있었다. 또한, 독자적인 한자 문화와 종이의 발명, 인주의 원료를 발견함으로 인하여, 도장문화가 비약적으로 발전. 어느샌가 당대의 권력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다양한 작품이나 문서에 도장을 찍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 일부가 나라 시대(710년~784년)에 일본으로.

일본은 당시, 현재의 교토부에 “헤이조쿄”라는 수도가 있었으며, 천황을 중심으로 한 사회체제였다. 호사스러운 귀족문화가 꽃피는 가운데 귀족과 관인의 관위를 나타내는 용도로 사용된 것이 도장이었다. 애초에는 본래의 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고 끈으로 허리에 차고 걸어 다님으로 부를 상징하는 장신구였다. 훗날 승려와 문인들 사이에서 도장이 유행하여 인영 디자인과 함께 예술적인 발전을 보이게 된다.


일본에서 도장을 더욱 일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은 1871년. 정부가 발령한 “인감 등록제도”가 큰 계기가 되었다. “인감 등록제도”란 공적 기관에서 성명과 주소, 성별 등의 정보와 함께 개인의 인영을 관리하는 것으로, 부동산의 매매와 채무 등 본인확인이 필요한 중요한 계약 시에 더욱 신빙성을 높여 조회할 수 있도록 사용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과 동시에, 이전까지는 성을 가질 수 없는 신분이었던 자들이 해방되어,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기 위하여 “인감도장”이라고 불리우는 도장을 사용하게 되었다.


일본인의 멋에서부터 발전한 이름의 재미

“성은 “다나카A” “다나카B” … 처럼 같은 걸 사용해도 좋을 텐데요, 결과적으로 10만 가지 이상으로 세분화되었다는 것이 재미있지요”라고 말하는 히데시마씨. 이렇게까지 개성이 넘치는 성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일본어 특유의 3가지 언어 “한자” “히라가나” “가타카나”가 있었다. 그 조합과 소리의 울림, 의미로부터 새로운 말을 만드는 과정을 즐겼다. 이미 하이쿠(俳句)나 단가(短歌), 센류(川柳) 등 언어의 아름다움과 멋을 표현하는 방법이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도 힌트가 되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되고 있다.

갖가지 말장난에서 탄생하게 된 성. 그 탄생 배경을 상상해보는 것도 낭만적이다. 일본의 지명과 직업에서 유래된 것 외에도 “벤긴-辺銀(팽귄)”씨, 네코야시키-猫屋敷(고양이 집)”씨 등 희귀한 성도 많이 탄생하였다.

수많은 공식적인 신청서에서 잘못 기재하거나 관청의 담당자가 잘못 읽어서 그대로 정식 성으로 등록된 사람들도 있다. 희귀한 성의 경우, 그 도장도 일반적인 가게에서는 판매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별주문을 해야만 한다.


히데시마씨는 이런 특이한 성에 흥미를 가져, 40년 정도 전부터 다양한 성씨의 도장을 모으기 시작했다.

어떤 손님이라도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한 마음으로 사전은 물론, 신문, TV, 서적, 만화, 전화번호부까지. 본 적이 없는 성을 찾아서 매일 다양한 매체를 살펴보았다. 종이와 펜은 항상 근처에 두고. 찾아온 손님에게 성을 묻고는 적어두는 것도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너무나도 특이한 성을 만나면 실존하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관공서에 연락. 실존한다면 도장을 만들고, 상품의 하나로써 추가했다. 누군가에게 주문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최근에는 “성씨 연구가”로서 매체에 다수 출연. 전국에 있는 드문 성씨의 주인이 히데시마씨의 가게를 매일같이 찾고 있다고 하니, 상당히 진귀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장인의 기술에 매혹되는 수제 각인의 매력

그저 성이 적힌 도장을 만드는 것이라면, 기계로도 가능하다.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히데시마씨는 성과 이름의 기원을 따라 스토리가 있는 도장을 만드는 디자이너로서의 긍지를 잊지 않는다.

제작에 들어가면, 우선 의뢰인의 이름을 먹과 붓으로 적는다. 서체의 이미지가 잡히면 도장의 재료에 간단한 예비선을 그린 뒤 직접 철을 때려서 만든 전각도를 손에 잡는다. 기본동작은 “누르기” “끌기” “두드리기”. 조각을 시작하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라도 상관없다. 모든 체중을 칼날 끝의 한 점에 집중하듯 힘을 주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1mm를 100등분 한 듯 미묘한 힘 조절로 섬세하게 파는 부분도 있다. 한 군데라도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마치 생명과 혼을 불어넣고 있는 듯이 조각해 나간다. 작업장은 그의 숨소리 하나 조차에도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조각의 작업을 마치면 인주를 찍어서 압인(押印)한다. 듣자 하니 인영이 깔끔하게 찍히게 되기까지는 2년의 수행이 필요했다고 한다. 미세한 조절을 반복하며 납득이 가는 상태로 완성될 즈음에는 전각도에 열이 채이고, 팔에서는 한꺼번에 힘이 풀린다.


도장 장인으로 종사한 지 반세기. 74세가 된 지금에도 대작 하나를 완성했을 때는 몇 시간 정도는 손이 저리다고 한다.
 

완성된 도장 면의 형태를 보니, 정교함 속에 수제 특유의 맛이 느껴진다. 마치 의뢰인의 인품을 반영하고 있는 듯한, 그야말로 세상에 하나뿐인 예술작품. 그 높은 디자인성 때문에 많은 서예가와 화가, 스모선수 등의 저명인은 물론이며, 외국의 유명 인사들로부터의 의뢰도 1,000회 이상 받았다고 한다.


“같은 소리의 한자를 꿰맞춰 억지로 이름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반드시 그 사람의 분위기와 이미지에 맞는 단어와 운 좋을 듯한 한자를 사용하여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도장이 지니는 매력은 단어와 문자 그 자체이니까요”

그 단어에서는, 손으로 조각한 도장을 만드는 일을 통하여 일본어의 매력을 전하려고 하는 히데시마씨의 큰 뜻을 느껴볼 수 있었다.


일본다운 “도장문화”를 계속 새겨나간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확산 방지나 디지털 시대의 관점에서, 일본에서는 행정절차나 내부 문서의 날인 폐지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의 이러한 상황과 함께 도장의 수요가 저하되고 있는 것에 대하여 히데시마씨에게 의견을 묻자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되던 인감도장은, 앞으로 15년 정도면 사라지겠죠”라는 냉정한 답을 한다. 앞으로 요구되는 도장은 과거 일본에서 번영했던 예술적인 형태를 한, 본연의 모습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다.

“형태가 변화하더라도 일본의 문화로서 계속 남겨질 것이며, 남겨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한 개를 만들면 애착이 생겨서 계속 사용하고 싶어지는 도장을 앞으로도 만들어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히데시마씨. 일본의 전통으로 계속 남겨져 나가게 될 배경에는, 그 문화를 지키기 위해 진지하게 조각해왔던 장인의 강한 애정과 잘 다듬어진 유일무이한 기술이 있었다.

※보충 설명
“인감” : 은행용 도장이나 인감 등록을 한 인영(印影)을 말함.
“인영” : 종이 등에 찍은 도장의 흔적.
“도장” : 문자가 각인된 본체를 뜻함. 정확히는 인장.※보충 설명


<프로필 >

한노 히데시마 (주식회사 히데시마 조각공업)
도장 디자이너 히데시마 도오루씨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출신. 한노 히데시마의 2대째. 도장 디자이너로서 디자인부터 조각까지 모두 제작하고 있다.


한노 히데시마 (주식회사 히데시마 조각공업)

후쿠오카시 히가시구 하코자키1-36-38

092-651-3085

 

인터뷰와 텍스트: Natsuki Shinmoto(Chikara)
사진: Kazuhiro Kaku
프로젝트 디렉터: Chikara


공유하기

다음에 읽고 싶은 기사

본 사이트는 편리성 향상과 이용상황 해석, 광고를 위하여 쿠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열람을 계속하면 쿠키 사용에 동의하게 됩니다. 쿠키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쿠키 정책 페이지를 확인해주세요.
ページトップ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