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공예】땅의 시간을 짜 넣은 남빛 가스리.
구루메 가스리 오픈 팩토리 체험 리포트|쪽 염색 가스리 공방 야마무라 켄-1

【전통공예】땅의 시간을 짜 넣은 남빛 가스리.
구루메 가스리 오픈 팩토리 체험 리포트|쪽 염색 가스리 공방 야마무라 켄

구루메 가스리 공방들을 둘러보다 보면 문득 공기의 결이 달라지는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천장이 높게 트인 작업장에는 항아리가 줄지어 놓여 있고, 남빛 염료의 향이 부드럽게 퍼집니다.
이곳이 바로 ‘쪽 염색 가스리 공방’입니다.
아버지 야마무라 켄 씨와 아들 겐스케 씨가 중심이 되어 직조와 염색을 맡고, 어머니 요코 씨는 가스리 제작과 함께 공방의 공간과 분위기를 정돈합니다. 세 사람이 함께 꾸려 가는 가족 공방입니다.

직물을 손에 들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그 부드러움입니다.
손으로 짠 직물 특유의 공기를 머금은 질감 위에 펼쳐진 기하학 무늬는 저절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대담하면서도 어딘가 여백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은 기모노와 의류는 물론,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공방 정보(주소・견학 내용・체험 등)

쪽 염색 가스리 공방 야마무라 켄
주소: 후쿠오카현 야메군 히로카와마치 나가노부 241
전화: 0943-32-0332
 
<공방 견학 안내>
견학 내용: 장인의 해설과 함께 쪽 염색, 손 묶기, 손 직조까지의 공정을 견학합니다.
소요 시간: 약 45분(예상)
요금: 4,000엔
쇼핑: 반물, 원단, 소품 구매 가능.
기념품: 쪽 염색 실(약 1m) 증정

<체험 프로그램>
체험 내용: 공방 견학 후 천을 남빛으로 염색해 아트 패널을 제작합니다.
소요 시간: 약 2시간
요금: 16,000엔


신청은 여기에서 가능합니다

아래 링크(외부 사이트)에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40번이나 색을 겹치는 남빛 실

쪽 염색 작업 현장에서 가장 먼저 놀라게 되는 것은 그 ‘횟수’입니다.

“한 타래당 40번은 염색합니다.”

겐스케 씨는 담담하게 말합니다.
타래란 약 140미터 길이의 실을 묶어 놓은 것을 말합니다. 이 실을 남빛 염색 항아리에 담갔다가 짜고, 공기를 머금게 하듯 두드린 뒤 햇볕에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천천히 색을 입혀 갑니다.

하루에 가능한 염색 횟수는 약 10번.
“연한 색을 여러 번 겹치면 윤기가 있는 좋은 남빛 색이 나옵니다.”
야마무라 공방에서는 한 타래의 실을 완전히 염색하는 데 최소 4일이 걸립니다.
경사와 위사는 서로 다른 날에 염색하기 때문에, 염색 과정만 해도 최소 1주일이 필요합니다.
연한 색이든 진한 색이든 횟수는 같습니다. 조금씩 색을 겹쳐 가며 윤기가 있고 색이 쉽게 바래지 않는 남빛 실을 길러 냅니다. 효율보다 확실함을 선택하는 자세가 이곳에 있습니다.


실을 풀면 나타나는 흰 무늬

가스리는 ‘선염’ 기법으로 만들어집니다.
무늬를 넣고 싶은 부분을 실로 묶어 염료가 스며들지 않도록 합니다.
염색이 끝난 뒤 그 묶은 실을 하나씩 풀어 가면, 숨겨져 있던 무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경사와 위사의 무늬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순간, 의도한 패턴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하지만 직조 과정에서 생기는 아주 미묘한 ‘어긋남’은 부드러운 번짐이 되어 무늬에 깊이를 더하기도 합니다. 계산과 우연, 가스리는 그 사이를 오가며 만들어지는 작업입니다.


항아리의 불을 끊지 않는 이유

겨울이 되면 염색 항아리 아래의 화덕에 불을 지핍니다.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하제 열매에서 목랍을 짜낸 뒤 남는 ‘찌꺼기’입니다. 한 번 불을 붙이면 약 24시간 동안 계속 타는 것이 특징입니다.

항아리의 온도는 일 년 내내 약 25도를 유지합니다.
발효를 계속하는 남빛 염료를 관리하는 일은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공정 중 하나입니다.

“옛날부터 이어 온 방식입니다.”

겐스케 씨는 조용히 말합니다.
전기로도 대체할 수 있지만, 굳이 전통적인 방법을 지키는 이유는 구루메번이 과거 하제 재배를 장려했던 역사 역시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스리의 배경에는 지역 자원이 순환해 온 역사가 있습니다.


남빛은 살아 있는 존재

항아리 속의 남빛 염료는 갈색을 띱니다. 그러나 실을 꺼내 공기에 닿는 순간, 눈에 띄게 푸른색으로 변합니다.

남빛은 공기와 만나 일어나는 산화 반응으로 생깁니다.
항아리에서 꺼낸 실을 짜낸 뒤 땅에 두드리는 작업은 실 속까지 공기를 보내 색 얼룩을 막고, 부드러운 질감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과정입니다.

염색액은 발효시킨 쪽잎 ‘스쿠모’에 잿물, 조개 석회, 밀기울을 더해 길러 냅니다. 여름에는 약 일주일, 겨울에는 약 2주 정도면 ‘아이다테’가 완성됩니다. 매일 저어 주며 균의 상태를 살피고 조절합니다.

“남빛은 살아 있는 존재니까요.”

그 말에는 오랫동안 마주해 온 장인의 체감이 묻어납니다.


부드러움 속에 깃든 혁신의 의지

야마무라 공방에 흐르는 분위기는 햇살처럼 따뜻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도매 유통이 중심이던 시절, 켄 씨는 직접 손님에게 보여 주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공정을 공개하고 견학을 받아들이자, 이전에는 “비싸네요”라고 하던 직물이 “이제 이해가 됩니다”라는 반응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마음에 힘을 받아 기술을 다듬어 왔습니다.

전통을 지키는 데 머무르지 않고 표현과 전달 방식을 바꾸어 자신이 믿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그 부드러운 혁신이야말로 쪽 염색 가스리 공방의 장인 정신을 이루는 중심입니다.


땅의 기억을 품은 남빛 가스리

부모와 아들, 세 사람이 함께 염색하고 짜며 마무리합니다.
분업이 당연해진 지금이기에 더욱 모든 공정을 스스로의 손으로 맡고 있습니다.

씻을수록 색이 또렷해지고 사용할수록 몸에 익숙해지는 남빛 직물.
어쩌면 남빛은 단순히 색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흐르는 시간을 가스리라는 형태로 바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야마무라 가족이 만들어 내는 남빛 가스리는 오늘도 조용히 숨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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